류현진 MLB일기-4 “마운드에서는 표정을 감춰야 하는데” > FRE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FREE


류현진 MLB일기-4 “마운드에서는 표정을 감춰야 하는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레인비 (162.♡.119.44)
댓글 0건 조회 4,153회 작성일 20-08-30 18:19

본문

1598774107670.jpg?type=w430 원본보기

 


어제(8월 29일, 한국시간) 볼티모어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지인이 제게 사진 한 장을 보내줬습니다. 어디서 캡처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화에 있을 때 경기 중 고개를 들고 눈을 질끈 감고 안타까워하는 모습과 어제 볼티모어전 6회 수비 실책이 나왔을 때 제가 하늘을 쳐다본 장면을 함께 담은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와, 이걸 어떻게 찾아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제가 봐도 비슷해 보였거든요.

평소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어제는 저도 표정 관리가 잘 안됐습니다. 평범한 3루 땅볼이 2실점으로 연결됐으니까요. 아쉬웠습니다. 그 아쉬움이 중계 카메라에 그대로 나타났을 것이고요. 투수는 자신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신경 써야 합니다.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에 감정을 쏟아봐야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요.

어제 볼티모어전에서는 몇 차례 커브를 결정구로 던졌습니다. 제 투구 형태를 보면 스트라이크 잡을 때의 커브 구속은 빠른 편이 아닙니다. 70, 71마일 정도의 구속이 나온다면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조금 빠른 커브를 던집니다.

2회 누네즈를 상대할 때 빠른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습니다. 6회 누네즈와 세 번째 상대할 때 포수 잰슨이 마운드로 달려와 무슨 공을 던질지 물어보더군요. 저는 누네즈와의 첫 타석에서 던진 커브를 그대로 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 1볼 2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75마일이 넘는 커브를 던졌고 몸쪽 깊숙이 떨어지는 바람에 볼이 됐습니다. 1개 남은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이후 2개 더 같은 코스의 커브를 던졌지만 그 공은 제 바람과 달리 가운데가 아닌 몸쪽 깊이 떨어져 볼이 됐고, 결국 누네즈는 볼넷으로 걸어 나가면서 만루가 됩니다.

5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던 저로서는 6회가 이날 경기의 승부처가 되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더 집중했습니다. 덕분에 다음 타자인 세베리노 선수를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는데 문제는 그 후부터였죠.

어제 경기에서 후회되는 부분은 6회 실점하지 않으려고 제가 경기를 너무 어렵게 풀어갔다는 점입니다. 이미 우리가 2점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1점 정도는 내줘도 된다는 여유를 가졌어야 했는데 무조건 점수를 안주려고 애를 쓰다 보니 볼넷을 내주고, 실책 등으로 동점이 되면서 무실점이 2실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운트캐슬의 타구 관련해서도 작은 이슈가 있었습니다. 수비의 실책이 안타로 기록되는 바람에 2자책점이 됐고 오늘 1자책점으로 정정됐었죠. 아마 남은 1자책점도 이미 구단에서 이의 제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고, 곧 기록 수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포수와의 궁합을 물어봅니다. 구단에서도 제게 어느 포수와 호흡을 맞추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구단에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포수를 선택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요. 포수는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결정할 일이지 투수인 제가 결정할 부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등판 때 정해진 포수와 호흡을 맞추면 됩니다.

어제 볼티모어전에서도 대니 잰슨의 사인에 여러 차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올시즌 저랑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잰슨도 제 투구 스타일에 맞추느라 고생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몸쪽 하면 몸쪽 사인 하나만 내면 되지만 저는 유독 사인이 많은 편입니다. 제가 던지는 구종은 직구, 커브, 커터, 체인지업입니다. 그런데 직구와 커터가 네 가지 코스로 나뉩니다. 한 구종에도 몸쪽, 바깥쪽은 물론 높게, 낮게 던지는 사인을 내는 터라 포수로선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여러 사인을 내며 의견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그걸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고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로를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공부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론일 수밖에 없는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의 호흡은 한쪽의 책임이 아닌 서로의 책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포수와의 호흡도 조금씩 더 나아지겠죠.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이 주어진다면 분명 좋은 호흡을 보일 것입니다.

* 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사소개 | 개인정보취급방침 | 서비스이용약관

Powered by 그누보드5 & MoaCom v1.0.0
Copyright © MOA.AI.KR. All rights reserved.